정기원(51) 밀알두레학교 교장의 오른쪽 어깨엔 ‘훈장’이 달려 있다. 신장투석용 플라스틱관이다. 대안학교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했고, 이후 법정을 오가며 받은 스트레스로 신장이 망가진 탓이다.
여름방학 직전인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경강로에 있는 밀알두레학교를 찾았다. 교장실 책꽂이에는 서울교대 86학번인 정 교장이 15년 동안 서울 삼선초와 영훈초 등에서 가르쳐온 제자들의 졸업 앨범이 빼곡하게 놓여있었다.
‘아이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학교를 다니면서도 왜 행복해하지 않을까’. 교사로서 엘리트 코스를 걷던 그가 대안 교육의 길로 들어선 것은 이 의문 때문이었다. 정 교장은 2003년 후배들과 함께 해답을 찾아보고자 일본 캐나다 호주 덴마크 등 교육 선진국들을 찾아다녔다.
“호주 시드니의 한 교회에서 컨테이너 6개를 놓고 학교를 만들어 예수님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어요. 규모가 작아도 믿음으로 학교를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지요.”
해답을 찾은 정 교장은 망설임이 없었다. 2005년 3월 후배들과 함께 학교에 사직서를 내고, 수도권에 있는 A교회 도움을 받아 B대안학교를 설립했다. 교회 유치원에서 쓰는 허름한 건물을 사용했지만 5년 만에 학생 수 250명의 학교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시련이 찾아왔다. 2010년 A교회 목사가 정년퇴임하면서 정 교장도 B대안학교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가 퇴임하자 교사 20명과 학생 85명이 학교를 새로 만들자고 했다. 새 학교를 지으려니 57억원이 필요했다. 정 교장은 “학부모들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적금까지 깨며 16억원 넘게 모아왔다”고 말했다.
2011년 3월 임대한 공간에서 새 학교를 개교했다. 1년 후 완공을 목표로 학교 건축공사에도 들어갔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공사비를 주지 않았다. 하청업체 직원들은 매일 교장실로 출근해 대금지급을 독촉했다. 정 교장의 건강은 극도로 악화됐다. 신장은 이때 망가졌다. 몸무게가 8㎏ 빠졌다. 보통 10㎎/㎗만 넘어도 급성 신장투석을 받아야 한다는 크레아티닌 수치도 24㎎/㎗까지 높아졌다. 공사 기간은 1년 이상 늦춰졌고, 하청업체의 고소로 정 교장은 법정을 오가야 했다.
신장투석을 안타깝게 여긴 친누나가 신장을 이식해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스스로 이겨냄으로써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이식 수술비로 모아 둔 1100만원은 모두 헌금했다.
하청업체의 패소로 소송이 마무리돼 2013년 3월부터는 새로 지은 건물에서 수업할 수 있게 됐다. 일본에서 온 교사들이 차용증도 없이 1억원을 빌려주는 등 도움이 잇따랐다. 학교는 이제 교직원 수 56명, 학생 수 300명으로 성장했다.
신장투석을 받으면서 3개월 만에 성경을 통독한 정 교장은 특별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동안 가르치면서 학생들의 인성만 생각했지, 이 교육을 시작한 본질인 하나님의 말씀을 놓쳤던 것 같아요. 깊이 반성했습니다.”
정 교장은 “무너진 교육의 희망은 기독교 대안교육에 있다”며 “150여년 전 그룬트비 목사가 프로이센 전쟁으로 황폐해진 덴마크에서 국민 계몽운동을 펼쳤듯이 황폐해진 교육을 하나님의 원리로 회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양주=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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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정기원 밀알두레학교 교장 “신장투석 받지만 대안교육 꿈 지켜 나갈 것”
2017-08-09 14:37:08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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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원 밀알두레학교 교장
“신장투석 받지만 대안교육 꿈 지켜 나갈 것”

정기원 밀알두레학교 교장이 지난 12일 경기도 남양주시 밀알두레학교 교장실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다. 학교에서는 기도를 드리기 위한 라디오 방송이 하루 세 번 흘러나온다. 남양주=신현가 인턴기자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790022&code=23111111&cp=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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