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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경기 밀알두레학교 직업·경제 체험마을에 가다
와플 구워 팔고 세금 계산·은행 업무까지 '척척'
"오늘은 우리도 비즈니스맨"
“맛있는 와플이 700냥입니다. 한번 맛보고 가세요!”
지난 12일 오후 1시 경기도 밀알두레학교(남양주
호평동). 건물 6층 강당에 차려진 와플 판매대 앞에서 최린 군(4년)이 우렁찬 목소리로 영업 시작을 알렸다. 달콤한 와플
냄새가 퍼지자 10명이 넘는 어린이가 순식간에 판매대 앞에 줄을 섰다.
이날은 대안학교인 밀알두레학교에서
직업·경제체험 프로그램 ‘밀알두레마을’이 열리는 날. 초등부 학생이 주축이 되는 이 프로그램은 일주일에 두 번, 매주
월요일·목요일 점심시간마다 운영된다. 순수하게 학생들의 힘으로 이뤄지는 자치 활동이라 더 뜻깊다. 어린이들에게 경제지식은 물론
진로에 대한 꿈을 키워주는 밀알두레마을 현장을 직접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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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그래픽=나소연 기자=sywithone@chosun.com
◇ “은행 업무 보며 경제를 배워요”
“오늘은 얼마를 통장에 넣으실 건가요?” (4학년 노승욱 군)
“입금하려는 게 아니라 통장에서 2100냥을 꺼내려고요.” (4학년 설예진 양)
이
날 교무실 옆에 들어선 ‘은행’은 ‘밀알 화폐’를 입금하고 출금하려는 어린이들로 북적였다. 밀알 화폐는 학교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돈. 10냥부터 1000냥까지 모두 5가지 종류가 있다. 와플 3개를 사먹기 위해 2100냥을 은행에서 출금한 설 양은
“평소 부모님께 받은 용돈만 쓰다가 직접 일을 해서 번 돈을 사용하니 신기하다”며 웃었다.
7명의 어린이가
은행원으로 근무하는 이곳 은행에서 하루 오가는 돈은 약 1만 냥. 은행원 업무를 맡은 노승욱 군은 “기초적인 덧셈·뺄셈은 직접
계산해 장부에 기록하지만, 돈의 액수가 많아지면 계산기를 이용한다”면서 “원래 셈에 약했는데 은행 일을 하면서 수학과 경제에
흥미를 붙였다”며 자랑했다.
은행 바로 옆에 있는 ‘재정경제부’에서는 3명의 어린이가 지난주에 걷은 세금을
계산하고 있었다. 꼼꼼히 돈을 정리하던 안태호 군(5년)은 “재정경제부에서는 주로 벌금을 처리하거나 가게에서 물건을 판 금액의
10%를 세금으로 받는 일을 하고 있다”며 “세금이 뭔지 잘 몰랐는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확실하게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 질서 어긴 학생에겐 ‘벌금’ 물려
은행에서 돈을 찾은 어린이들이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강당. 그곳에선 달콤한 와플과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판매하는 ‘나누소 가게’가
열리고 있었다. 와플을 만드는 어린이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하루 30개 이상의 와플을 굽는다는 윤선경 양(5년)은 “처음에는 와플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지금은 익숙해져서 5분 정도면 하나를 만들 수 있다”며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
와플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할 법도 한데 누구 한 사람 장난치거나 질서를 어기는 이가 없었다. 바로 교내 질서를 유지하는 ‘경찰관’
임무를 맡은 전한빛 군(3년) 덕분이다. 전 군에게는 복도에서 뛰어다니거나 큰 소리로 떠드는 어린이들에게 ‘벌금고지서’를 발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전 군은 “장래희망이 경찰관인데 학교에서 이런 역할을 맡다 보니 진짜 경찰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며
“평소 떠들고 장난도 많이 쳤는데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차분해졌다”고 말했다.
◇ 학생 스스로 꾸리는 마을 자립심 쑥쑥!
학생 대표격인 마을 이장 원유진 양(6년)은 학생들의 건의사항이 적힌 쪽지를 모아 한 달에 한 번 마을회의를 연다. 회의에서
어린이들은 밀알두레마을 운영에 관한 의견뿐 아니라 평소 학교생활에 관한 의견까지 주고받는다. 원 양은 “학생들의 사소한 의견까지
귀담아듣는 것이 마을 이장인 내 임무”라며 “어른들의 도움 없이 우리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밀알두레마을 담당 김동미 선생님은 “다양한 경제 체험과 함께 12개의 직업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어 아이들에게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자립심’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교장 정기원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 밀알두레마을을 열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이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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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밀알두레학교님에 의해 2012-01-17 18:34:20 공지사항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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