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의지하지 말고, 하나님에게만 의지해보자고 시작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 믿음을 보신 것 같습니다.”
정 교장은 이미 11년 동안(준비기간 5년) ‘예수님의 가르침 그대로’라는 슬로건으로 한 대안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 일에 열정을 쏟았다. 학생들에게 ‘행복한 학교’를 맛보게 하고 그 안에서 누리게 하는 게 그의 소망이었다. 동료 선생님들도 뜻을 모았다.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든 게 좋았다. 단 한 가지만 빼고 말이다. 학교 행정에 있어서, ‘하나님께 의지하기보다 먼저 사람을 의지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 교실 공간이 부족하다든지, 기자재가 필요할 때마다 후원자를 의지해 온 것이다.
책 한 권이 그를 깨우쳤다. 최하진 선교사의 <네 인생을 주님께 걸어라>라는 제목의 책이다. 그뿐 아니라, 그분의 집회 강의를 두 번이나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정 교장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하나님만을 의지한다는 게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지난 해(2010) 11월, 마침 근무 중인 학교를 사임하게 되었어요. 그때는 답답한 게 있었지만, 지금 와서 보니 우리 하나님의 적극적인 인도하심이라 생각되지요. 감사할 뿐입니다.”
정 교장은 오직 꿈 하나 가지고 학교를 나왔다.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학교,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을 느끼며 누릴 수 있는 학교,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이 광야길로 나온 것과도 같았다. 막막했다. 그다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아무 것도 보이는 게 없었다.
그의 꿈은 그 때부터 시작됐다. 동료 선생님들 20명이 정 교장의 뜻과 함께하겠다며 동참했다. 학부모 25가정도 따라왔다. 학생들도 85명이나 손을 잡았다.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힘이 생겼습니다. 고맙기도 했지만, 당장 갈 곳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어버렸지요.”
곧바로 겨울 방학이 시작된 게 다행이었다. 정 교장은 학부모들과 학교 자리를 위해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 학원으로 사용하다가 나온 자리면 제일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시금 깊은 수렁에 빠지는 듯했다.
이때 학부모들이 결의를 했다. 각자 대출을 받아 기금을 마련해 학교를 세우자는 것이었다. 5천만 원에서 1억 3천만 원까지 형편대로 모았다. 10여억 원이 마련됐다. 그것으로 경기도 남양주시 이패동에 땅을 구입했다. 432평의 크기다. 건축이 시작되었고, 오는 11월이면 완공에 이르게 된다.
|
 |
|
|
금년 3월부터 시작된 새 학기는 인근 학원자리를 얻어 시작됐다. 봄 학기를 지나면서 선생님은 8명 더 충원되어 28명이 됐고, 학생들은 85명에서 120명으로 늘었다. 학생과 학부모의 입소문이 그대로 홍보로 이어진 것이다.
“누구나 저희 학교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 면접을 반드시 봅니다. 교육관이 같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크게 3가지가 동의되어야 한다. 첫째, 체벌과 폭언에 관한 것이다. 학교는 어떠한 경우에도 학생들에게 체벌은 물론 폭언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학부모가 동의해야 하고 또 동참해야 한다. 집에서도 부모가 자녀들에게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사교육을 시키지 않겠다고 동의해야 한다. 정 교장은 학교가 입시학원이 되는 것에 반대한다. 공부는 학교에서 한 것으로 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학생들에게도 쉴 수 있는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학점이수제다. 이번 2학기부터 실행할 예정이다. 학생들이 단순히 출석만 했다고 해서 학년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 개인 맞춤형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마치 대학생 수업처럼 각 과목에 해당 점수를 따야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수 있다. 선생님들의 수고가 배로 늘어나겠지만, 그것은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신앙훈련도 시킵니다. 다니엘의 3번 기도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하루 세 번 기도시간이 주어집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무엇을 하든지 그 자리에서 잠시 기도의 시간을 갖습니다. 일주일 단위로 기도 제목이 주어집니다.”
오전 9시, 오후 1시, 3시 30분 이렇게 세 차례 교목인 신기원 목사가 작은 종을 들고 흔들며 교정을 다닌다. 종소리를 들은 학생들은 기도를 한다. 신앙의 습관을 중요하게 여기려는 교육이다.
밀알두레학교가 매주일이 되면 예수길벗교회의 간판을 단다. 담임 목사는 이호훈 목사다. 정 교장과 처음부터 대안학교에 뜻을 같이한 동료다. 학교와 교회가 함께 길을 간다. 교회가 학교를 위해 매월 200여만 원의 후원도 한다.
“신앙생활은 강제가 아닙니다. 그렇게 될 수도 없지요. 학부모와 학생들이 모두 이 교회를 다니는 것도 아닙니다. 학부모 중 약 20%는 불교나 무교에 해당됩니다.”
정 교장은 올바른 학교의 모습이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올바른 신앙의 모습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 그러한 사례도 있다. 불교, 또는 무교인 학부모가 자연스럽게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경우다.
학생들의 1인당 월 학비는 60여만 원이다. 등록금 월 45만원에 유기농 급식비와 스쿨버스비가 월 15만원이다. 예탁금도 있다. 500만원이다. 입학시 예탁했다가 졸업 때 그대로 돌려받는다.
“대안학교는 부모의 경제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갈 수 있는 학교이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그렇게 맞추어 가려고 합니다.”
정 교장은 밀알두레학교를 성경구절 하나로 요약했다. 누가복음 2장 52절이다. 예수님의 성장에 관한 내용이다. 이 성경구절을 근거로 정 교장은 학교의 정신을 세웠다. 신체적성장, 지적성장, 영적성장 그리고 사회적 성장이 그것이다. 밀알두레학교 학생들은 그러한 성장을 누리게 된다.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