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야기
남학생 J는 늘 캡이 있는 모자와 까만 마스크를 썼다.
한 주 두 주, 한 달 두 달...
내성적이고 수줍어하고 여린 학생 정도로 이해하고 예의주시하며 살폈다.
수업시간에 목소리도 작고 그마저 안할까봐 조심조심 아주 천천히 다가갔다.
영어시간 다른 밀알들의 자신감 있는 기도소리와 성구암송 소리에 상대적 위축이 들까봐
한 사람씩 시킬 것을 둘씩 혹은 두레별로 묻혀갈 수 있도록 하며 면밀하게 살폈다.
이제나 저제나 언제나 제 모습으로 활짝 피려나, 선생님~ 하며 다가오고 까불줄도 아는 밀알도 다가오려나 늘 눈길이 갔다. 숙제소리가 엄청 씩씩하던데~ 라며 인사를 건네보기도 하고 사랑합니다 하며 일부러 더 다가가 안아주기도 했다. 어느덧 교실에서 친구들과 하나가 되어 명랑하게 지내는 것을 보며 안심을 했다.
며칠 전 앞머리를 깡뚱하게 자른 모습을 봤다.
J야 머리를 너무 멋지게 잘랐네 하며 인사를 하자 웃는 얼굴로 '이거 제가 앞머리가 길어서 혼자 거울보면서 잘랐는데 망쳐서 엄마가 수습해 주셨어요' 라며 말하는 것이 아닌가? 와 ~ 이제야 제 모습을 찾고 밀알두레 밀알로 자리매김을 완전히 했구나 하며 안심안심~ 너무 사랑스러웠다.
헤어스타일을 조잘조잘 얘기해 주는 것도 고맙고 어색할 헤어스타일에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안전한 공간임을 몸으로 알게되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 주듯 밝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J가 너무 대견했다.
어느 때 부터인가 모자는 없어지고 마스크도 더 이상 필요 없는 밀알두레 밀알이 되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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