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 러브레터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요즘 길을 걷다보면 무수한 낙엽들을 만나게 됩니다. 아니 무심코 밟고 지나가게 됩니다. 문뜩 지난여름의 불볕을 잘 견뎌주었던 푸른 잎들이 여름이 가고 불볕도 사라진 가을, 왜 타다 만 종잇장처럼 구겨지고 바스러질까 하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나무는 더운 여름도 견뎌야 하지만, 더 무서운 추운 겨울을 살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나무 자신이 살기위해 잎을 버리는 것입니다. 잎을 버리지 않으면 나무는 추운 겨울을 살아낼 수분을 잃게 됩니다. 나무가 살아야 마침내 푸른 잎들이 다시 살아나는 부활을 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가 낙엽을 기꺼이 떨궈내는 가을, 나무 자신이 살기 위해 기꺼이 낙엽을 버린다는 상식에 머물 때, 시인을 만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지평이 넓어집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열리게 됩니다. 시 한 편 소개합니다.
가을엽서 -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 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당분간, 우리들은 종종 낙엽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아니 낙엽을 무심코 밟고 지나갈 것입니다.
그때 안도현 시인의 시를 기억해보면 좋겠습니다. 그 수많은 낙엽들이 왜 낮은 땅바닥에 그토록 많이 내려앉았는지를, 불볕을 견뎌낸 인내의 보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의 행복이 주어졌는데도, 왜 수많은 낙엽들은 낮은 땅바닥으로 자꾸 자꾸 내려앉는지를...
넷째배움마당을 시작하면서,
베풀고 나누기보다 소유하고 축적하려고 애썼던 욕심의 시간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밀알두레학교의 정신은 밀알과 두레입니다. 밀알의 헌신이 두레의 공동체를 통해 이웃과 세상을 섬기는데까지 나아가는 것입니다.
넷째배움마당을 시작하면서,
더 사랑하려고 애쓰는 밀알두레 공동체가 되면 좋겠습니다. 더 낮아지려고 애쓰는 공동체가 되면 좋겠습니다.
낮은 곳에서 기꺼이 사랑하다가 거기서 반갑게 만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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